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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안전 자산으로서 엔화 지위에 대한 물음표?

by 오후 네시 2023. 2. 15.

미국 달러와 스위스 프랑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졌던 엔화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지금, 정상적이라면 사람들이 달러와 함께 엔화를 많이 찾아 가치가 올라야 할 텐데 거꾸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입니다. 철옹성처럼 보였던 엔화가 최근엔 왜 안전자산이란 꼬리표에 의문을 가지게끔 만들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1. 불신의 시작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벌어진 전쟁은 엉뚱하게도 일본의 엔화에 불똥이 튀었습니다. 전쟁이나 재난 등으로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지면 금이나 달러, 엔화와 같은 안전 자산을 찾는데요. 이렇게 되면 달러나 엔화의 수요가 늘어나 다른 통화에 비해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엔화는 달러당 115엔 대에서 118엔을 넘는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였습니다. 이것은 안전자산이라고 보기 힘든 현상이었고, 많은 사람들은 엔화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2. 강달러 정책과 일본의 저금리 정책

 

이처럼 엔화가 약세를 보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정부의 금리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은 양적 완화 정책과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각오하면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 주요 국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는데요. 일본만은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 고수하였습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벌어짐에 따라 '엔 캐리트레이드'가 활성화됨으로써 엔화의 매도세가 강해져 엔화 하락이 발생하였습니다.

 

 

3. 일본 경제 약화

 

화폐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사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경제의 무역 적자가 엔화의 안전자산이란 지위를 위협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무려 30조 엔이 넘는 무역적자가 발생하였고, 경제 성장률 또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서 엔화 약세가 계속되었는데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데 반해, 지출해야 할 달러의 양은 점점 증가하여 엔화에 비해 달러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죠.

 

여기에 경제 규모의 2배가 넘는 일본 정부의 부채도 엔화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4. 해외 보유자산의 변화

 

일본은 유사시 주식이나 채권 등을 처분하여 엔화를 사들였는데, 지금은 직접투자 비중이 커져 곧바로 팔 수 없게 됨에 따라 엔화 하락이 계속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엔화의 수급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위기 때는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국에 투자하는 '와타나베 부인'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아직 엔화는 안전자산 지위를 내려놓지 않았다는 분석이 대세인 것 같지만, 동시에 이제 내려오는 조짐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린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참고

경향신문 2022년 3월 25일

중앙일보 2022년 3월 22일

조선비즈 2022년 3월 30일

매경프리미엄 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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